EU에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파는 회사에서 CBAM 이야기가 나오면 대개 이 질문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신고를 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신고서를 내고 인증서를 사서 제출하는 것은 EU 수입자, 또는 그 일을 맡은 공인 CBAM 신고자입니다.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 수출자에게는 EU 당국에 대한 신고 의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입자가 신고서에 적을 숫자는 우리 공장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자료를 못 주면 수입자는 집행위원회가 정한 기본값을 쓰게 되고, 기본값은 대체로 실제보다 불리하게 잡힙니다. 그 차액은 결국 가격 협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이 제도에서 한국 기업의 자리는 신고자가 아니라 데이터 공급자입니다. 준비할 것도 그 자리에 맞춰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 전환기간은 2023년 10월 1일에 시작해 2025년 12월 31일에 끝났습니다.
- 본 제도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 2026년 수입분에 대한 첫 연간 신고와 인증서 제출 기한은 2027년 9월 30일입니다.
전환기간에는 보고만 했고, 지금부터는 비용이 붙습니다.
무엇이 대상인가
부문으로는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여섯 가지입니다. 다만 "이 여섯 부문의 모든 제품"이 아니라, 규정 부속서 I에 CN 코드로 열거된 품목만 해당합니다. 우리 제품이 대상인지 아닌지는 부문 이름이 아니라 여덟 자리 CN 코드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소량 면제가 있습니다. 한 수입자가 한 해에 들여오는 해당 품목의 순중량 합계가 50톤 이하면 그해 수입분은 의무에서 빠집니다. 넘으면 그해 수입분 전체가 대상이 됩니다. 이 면제는 전기와 수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50톤은 우리 회사 기준이 아니라 수입자 기준입니다. 같은 수입자가 다른 공급사에서 들여오는 물량까지 합산됩니다. 그래서 우리 쪽 물량만 보고 "우리는 해당 없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세는가, 그리고 무엇을 안 세는가
CBAM이 세는 것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배출입니다. 직접배출이 기준이고, 품목에 따라 생산공정에서 쓴 전력의 간접배출이 더해집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처럼 부속서 II에 있는 품목은 직접배출만 계산합니다.
물류를 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항만까지의 트럭 운송이나 한국에서 유럽까지의 해상 운송 배출은 현재 CBAM 내재배출량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규정은 운송을 향후 범위 확대의 검토 대상으로만 적어 두었습니다.
이 점을 반대로 설명하는 자료를 종종 봅니다. 운송 배출을 줄이는 일은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CBAM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 설명하면 지금으로서는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값이냐 기본값이냐
전기를 제외한 상품의 내재배출량은 검증된 실제값이나 집행위원회 기본값 중 하나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값을 쓰려면 공인 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국 생산설비가 할 수 있는 일이 갈립니다. 역외 생산설비 운영자는 CBAM 등록부에 설비를 등록할 수 있는데, 이 등록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등록하면 상품별 내재배출량을 산정·검증해 EU 신고자에게 제공하는 경로가 열립니다.
신고 방법을 고르는 법적 권한과 책임은 여전히 수입자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입자가 실제값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자료를 갖춰 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낸 탄소 비용은 빼 주나
규정에는 제3국에서 실제 납부한 탄소가격을 제출할 인증서 수에서 차감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증빙과 검증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만 한국 배출권거래제 비용이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인정되는지는, 이 글을 쓰는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세부 시행규칙이 확정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집행위원회가 2026년 5월에 의견수렴 단계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ETS 비용은 전액 차감된다"는 식의 설명은 아직 근거가 없습니다.
준비 차원에서는 납부액, 무상할당과 환급·보상 내역, 근거 법령,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지금부터 보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규칙이 정해진 뒤에 과거 자료를 모으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증서 가격
인증서 한 장은 내재배출량 1tCO₂e에 해당합니다. 2026년 수입분의 가격은 수입한 분기의 EU ETS 경매가격 평균으로 정해집니다.
- 2026년 1분기 — €75.36/tCO₂e (2026년 4월 7일 공표)
- 2026년 2분기 — €75.28/tCO₂e (2026년 7월 6일 공표)
분기마다 바뀌는 값이므로 협상 자료에 쓸 때는 어느 분기 값인지 함께 적어야 합니다. 3분기 가격은 2026년 10월 5일에 공표될 예정입니다.
지금 정리해 둘 것
수입자가 요구하기 전에 갖춰 두면 되는 것들입니다.
- 제품별 8자리 CN 코드와 부속서 I 해당 여부
- 생산설비 정보와 생산경로, 기간별 생산량
- 생산공정의 원료·연료·전력 사용량과 배출 자료
- 실제값으로 갈 경우의 검증 계획과 검증기관
- 한국에서 납부한 탄소 비용의 증빙
이 다섯 가지가 정리돼 있으면 수입자가 어떤 방법을 고르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없으면 선택지가 기본값 하나로 좁아집니다.
이 글의 사실관계는 Regulation (EU) 2023/956 통합본과 집행위원회 공개 자료를 근거로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50톤 기준은 매년 재평가 대상이고, 인증서 가격은 분기마다 공표되며, 제3국 탄소가격 차감 규칙은 확정 전입니다. 인용하실 때는 기준일을 함께 적어 주십시오.
